[다른 삶 다른 현장] 함양죽염축제 준비하는 김윤수·최은아 부부
'함양을 세계인의 '의료메카'로 가꾸고 싶어'
 
2007/07/16 029면 10:25:25   부산일보

사진 설명: 죽염으로 축제를 꾸려 함양을 의료메카로 가꾸어 가려는 김윤수. 최은아씨 부부.

경남 함양(咸陽)을 일러 '양기 많아 사람 살리는 땅'이라 한 이는 인산(仁山) 김일훈(1909~92)이다. 독립운동가로 1957년 볕 좋은 함양 심산유곡에 초당을 짓고 말년까지 민중의 갖은 병고를 대가없이 다스려 명의로 널리 칭송받았던 선생이다. 인산이 '죽염'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그 제조법을 환히 밝힌 이후 함양은 '죽염의 고장'으로 불린다. 죽염과 인산은 이제 이곳에서 새로운 문화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땅은 좁지만/사람이 깊은 이 나라/호랑이 단전자리, 지리산 오도재/전설 속 별들처럼/천지 기운 모아/죽염 굽던 이인을 우리는 기억하리'(권갑점의 '아프지 말아라')라고 경남 함양의 시인은 인산과 죽염을 노래했고, 죽염 또한 지난해부터 문화의 큰 마당인 축제로 나아가 그 주인공으로 새삼 떠올랐다.

 

"인산 선생과 죽염을 가곡으로 널리 알리려 합니다. 오는 9월 15일<9월8일로 확정> 열리는 함양죽염축제를 올해부터 가을맞이 가곡의 밤으로 꾸릴 예정이지요. 품위 있고 고상한 우리 가곡이야말로 죽염축제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산 선생의 삶을 가곡으로 만들어 첫선도 보입니다. 부산은 물론 전국의 성악가들을 죽염축제에 초대하려 합니다."

 

인산의 유지를 이어받고 있는 인산문화연구원 김윤수(48) 원장과 인삼죽염촌 최은아(45) 대표의 말이다. 김 원장은 인산의 3남으로, 최 대표와는 부부 사이다. 김 원장은 인산이 남긴 의학을 비롯한 문화적 유산에 대한 갈무리를 하고 있고, 최 대표는 죽염 등을 가업으로 계승하면서 함양죽염축제 위원장도 맡고 있다. '함양 죽염'에 대한 그들의 남다른 신념은 축제와 문화로 이제 일반인과 널리 소통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한의사로서 직접 인산의 유지를 계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밤중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고 들이닥치는 환자를 무보수로 보살피느라 여념없던 아버지를 보며 자란 까닭에 의학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다. 고전번역교육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 5년 수학을 거쳐 중국 쓰촨대에서 석·박사통합 과정을 마친 한문학자이자 도교학자다. 최 대표 역시 덕성여대 독문과를 졸업한 뒤 다시 의대 진학을 앞둔 상태에서 접한 인산의 저술에 감명받아 문하생으로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김 원장과 인연을 맺었고, 여성발명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산 선생이 지난 92년 돌아가시면서 유산이라고는 통장의 30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개인의 영달에 아랑곳없이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다가셨지요. 독립운동을 하셨지만 먼저 간 동지들의 백골이 이미 다 흩어져 염치없는 데다 매국노들도 버젓이 유공자로 둔갑한 꼴을 차마 못 보겠다며 아예 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았지요. 말년에는 100여명의 암환자들이 비좁은 집에 들어차 그들을 돌보느라 6년간 진을 빼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죽염축제는 이 같은 인산 선생의 생애를 기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특히 죽염은 인산의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류 건강을 위해 내놓은, 그리고 대중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비법까지 아낌없이 공개한 묘방이라는 것이다. 왕대나무통(木)에 서해안 천일염(水)을 다져넣고 황토(土)로 입구를 막아 쇠가마(金)에 넣은 뒤 소나무 장작불(火)로 여덟 번을 제련한 다음 아홉 번째는 송진을 사용하여 고열로 용융 완성하는 죽염은 금목수화토 오행론과 구전금단론(九轉金丹論)의 정수가 녹아있다는 설명이다.

 

"죽염의 시조 인산, 죽염의 고장 함양, 한국의 대표 브랜드 죽염, 축제의 대표 브랜드 함양죽염축제를 콘셉트 삼아 몇 해 전부터 축제를 기획했지만 주변의 협조가 여의치 않아 지금은 사비를 털어 축제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죽염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민중의 삶을 보듬은 선생의 뜻을 앞으로 축제를 통해 널리 알려나갈 것입니다."

 

인산은 암환자까지 살려내 신의로까지 숭상받는 등 다만 죽염의 창시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동식물을 이용해 활인구세(活人救世)의 한길을 걸었다. 쑥을 이용한 인산쑥뜸, 토종 서목태 진액에다 유황오리 유근피 밭마늘 죽염을 합성 발효시킨 사리장, 유황오리, 옻닭 등 수많은 약재를 개발해 갖은 병마를 다스렸다. 그의 의술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인술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인산의 의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동양철학회 도교학회 등을 통해 인산의 의철학을 소개하고 인산학 논문집도 발간하고 있지요. 함양군장학회 등 네 곳의 장학사업을 통해 인재양성에도 나서고 있고요. 오행론과 색소론을 바탕삼은 인산 의철학은 우리 전통한의학의 완성으로, 한의대의 정식 교과로 채택하는 등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죽염축제를 매개로 이들 부부가 꿈꾸는, 마침내 도달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어디일까. "인산 선생은 평생 의약부국으로 가는 꿈을 갖고 있었고, 우리나라 최고의 자원은 약성이 뛰어난 우리의 동식물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지리산에다 거대한 한의학 목장을 만들려 했지요. 죽염축제를 통해 '양기 많아 사람 살리는 땅'인 함양을 세계인의 의료 메카로 가꾸어 나가는 일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임성원기자 forest@busanilbo.com

 

숲 속 '다볕당'에 가을 부르는 선율

함양죽염축제조직위, 다음달 8일 '제1회 가곡상림(歌曲上林)'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경남 함양 읍내에 가면 빼어난 숲이 하나 있다.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된 상림(上林)이다. 20만㎡(6만 평)에 달하는 널찍한 숲에는 백수십 종의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상림이 한 가지 매력을 더 갖게 될 것 같다. 지난해부터 죽염축제를 주최하는 함양죽염축제조직위원회가 상림에서 해마다 '가곡상림(歌曲上林)'을 열기로 한 것이다. 첫해 행사가 9월 8일 오후 7시30분에 열린다.

가곡상림이 열리는 곳은 상림 안에서 이색적으로 볕이 좋은 다볕당. '다볕'은 '볕이 다 있다'는 뜻으로, 함양(咸陽)의 순우리말. 숲 한가운데 자리잡은 3천㎡의 너른 잔디밭이 객석이고, 고풍스러운 다볕당이 무대다. 함양군청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있다.

상림의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함양읍을 가로지르는 위천이 자주 넘쳐 피해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함양태수로 온 고운 최치원 선생이 물길을 옮긴 뒤 둑을 쌓고 거기에 나무를 심었다. 일종의 호안림.

세월이 흘러 가운데가 훼손돼 숲이 위아래로 갈렸다. 아래쪽은 사람들이 집을 짖고 살면서 숲이 차츰 자취를 감췄고, 위쪽만이 천년 넘게 울창함을 더해 지금 상림의 모습으로 됐다.

이번 행사는 독일 '발트뷔네 야외 음악축제'를 본뜬 것이다. 베를린 근교 숲 속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한꺼번에 2만 명이 몰릴 정도로 유명하다. 차재근(한울림합창단 단장) 예술총감독은 "가곡은 특히 가을밤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시원한 숲과 하늘까지 벗할 수 있으니 도시의 어느 공연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무대다"고 했다.

더구나 함양은 휴양림과 계곡이 좋고, 근처에 거창군이나 지리산이 가까워 도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문화여행으로 좋을 듯싶다. 또 차 예술총감독은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가곡의 현실에서 가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무대에는 테너 엄정행 조영수 장원상, 소프라노 고예정 성정하, 베이스 김대근이 선다. 연주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코리안오케스트라가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춘다. '그리운 금강산' '목련화' '동심초' '보리밭' '선구자' 같은 익숙한 곡들과 신곡이 선을 보인다. 입장은 무료이며 공연시간은 2시간 남짓. http://www.hamyang.com, 055-964-0277. 김마선기자 msk@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7. 08.31. 09:26